미국의 국민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도 깊고 교육적으로도 정말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서미 스트리트는 우리가 아는 TV 방송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를 만드는 Sesame Workshop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탄생시키고 스토리 라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얼마 전 세서미 스트리트에 무척이나 특별한, 새로운 머펫이 등장했습니다.
(*머펫은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퍼펫들입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새로운 식구가 된 캐릭터는 Noor와 Aziz입니다. 쌍둥이 남매인 누어와 아지즈는 또래의 친구들처럼 놀이시간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두 남매는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입니다. 처음 들어보시죠? 아마 로힝야’족’이라는 이름에서 그들이 소수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실거에요.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들의 고향은 방글라데시가 아닙니다. 로힝야족의 고향은 바로 미얀마입니다. 아래의 지도에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살펴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미얀마가 있고, 국경을 맞대고 방글라데시가 위치해있는 것을 알수 있죠. 미얀마가 고향인 로힝야족 사람들은 왜 방글라데시로 옮겨가게 된 것일까요? 로힝야족 사람들이 자신의 고국을 등지고 떠나가야 했던 이유는 바로 종교적 탄압때문입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종교와 다른 종교를 믿고 있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88%는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88% 정도라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로힝야족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랍니다. 종교가 다른 소수민족이죠. 그들은 다른 종교때문에 자신의 나라 미얀마를 나라를 떠나야했던 것이죠. 그들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방글라데시 이주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몇 개월 안에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정리해버리겠다는 정부의 결정(Ethnic cleansing)에 따라 이루어진 폭력적이고 잔인한 탄압에 의해 쫓겨간 것입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당하고 이웃 나라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쳐갔던 그들. 그렇게 로힝야족은 난민(Refugee)이 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아래에 보면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아주 작은 섬이 있어요. 로힝야족의 난민캠프는 Bhashan Char라고 하는, 퇴적물들이 쌓여 생긴 섬에 위치해있습니다. 지도를 확대하고, 확대하고, 몇 번을 반복해야 보이는 곳이에요. 마치 국토에서 가장 의미없는 곳에, 눈에 띄지 않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곳에 캠프를 설치해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 미얀마에서 쫓겨온 로힝야족들이 모여사는 난민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집도, 낡지 않은 옷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모자란 곳에서 옷같은 옷이나 집같은 집은 사치처럼 느껴지죠. 그런 좁디 좁은 난민촌에 현재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후미진 곳이지만, 난민촌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꿈도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번듯한 교육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지만 그 아이들도 우리들처럼 호기심어린 질문이 많습니다. 세상엔 궁금한 것 투성이입니다. 그들은 Sesame Workshop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서미 스트리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후원을 통해 제공받은 책을 읽으며 교육의 첫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TV에서 그들을 닮은,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들과 같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머펫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소개해드렸던 세서미 스트리트의 새로운 두 머펫, 누어와 아지즈입니다.
아지즈는 집안일을 잘 돕고 로힝야족의 전통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남자친구입니다. 누어는 자신감있고 공부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여자 친구입니다. 이 쌍둥이 머펫들은 세서미 스트리트 프로그램 속에서 함께 놀고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로힝야족 난민촌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전달해나갈 예정입니다.
누어와 아지즈가 로힝야족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성과 여성의 평등함입니다. 로힝야족이 믿는 이슬람교는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교리와 사고방식이 무척 짙은 종교입니다. 이슬람교의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지고,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도, 자신의 생각을 맘껏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의 기회도 불평등하게 제공되곤 하죠. 누어와 아지즈가 쌍둥이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종교적, 문화적 한계를 극복하여 남녀평등의 가치관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남매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똑같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동등하게 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져 있습니다. 누어로 대표되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는 적극성과 배움의 열망을 심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지즈와 같은 입장의 남자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있는 누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자도 남자들과 같은 능력과 책임감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살고있는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보다 덜 귀한 것은 아닙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 똑같이 귀한 어린이들입니다. 부모님들이, 주변의 어른들이 그들을 보호할 힘이 부족하다면 국가가, 그리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지구촌의 단체들이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Sesame Workshop이 그들의 미래를 위해 누어와 아지즈같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새로운 머펫을 세상에 등장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Sesame Workshop처럼 힘있고 영향력있는 기관들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도 동시에 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바로 지속적인 관심으로 말이죠. 로힝야족 어린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그들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기사를 찾아보며 그들이 우리 옆에 가까이 있는 존재를 느끼는 것. 난민들의 이야기를 먼 나라 이야기,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로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또 다른 난민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이해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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