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의 뉴스노트, 이번 픽은
미국의 코로나 사태가 Triage, 부상자분류(중증도분류) 국면까지 가지 않길 바라는 The Atlantic의 기사입니다.
The Next, Terrible Phase of This Crisis
After cancellation comes triage.
www.theatlantic.com
몇 달 동안 최전선에서 Covid-19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은 세계를 향해 빨리 준비하라고 외쳐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과 같지 않다고 그들은 경고했다. 전파력도 강력하고 치사율도 훨씬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의 한 도시 전체 혹은 이탈리아 같은 한 국가 전체를 폐쇄시켜버린다. 전염을 막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때 미국은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듣는 대신 과소평가했고 대통령은 의미없는 확신을 주었다. "금방 사라질겁니다. 마치 기적처럼요."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다. 오하이오와 다른 주들은 학교를 폐쇄시켰다. NBA는 시즌을 중단했고 디즈니랜드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중단"하는 전략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에만 효과가 있을 뿐 바이러스를 중단시키지는 못한다.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미국의 코로나 사태는 대량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첫 번째 우선순위는 치료가 당장 필요한 환자들을 구분해내는 Triage(부상자분류)로서 전시 상황에서 부상자들이 치료를 위해 빨리 분류되어야 할 때 쓰이는 방법이다. 미국 의사들은 곧 자신들의 병원과 치료 센터에서 이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부상자 분류법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상황이나 자연재해 상황같이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치료가 중증도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 부상자들은 치료 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 색깔 테이프나 손목 밴드로 우선 순위를 표시한다. 초록색은 걸어다닐 수 있는 부상자들, 고통스럽긴 하지만 즉각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 그룹이다. 노란색은 더욱 심각한 수준의 부상자이지만 아직 목숨의 위협을 받는 수준은 아니다. 빨간색은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이다. 네 번째 그룹도 있는데 그들은 검은 색이다. 이미 죽은, 혹은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환자들이다. 검은 색으로 분류된 환자들 중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경우 안정을 취하도록 해주지만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이런 경험을 했던 것은 참전 군인들이 재해구호 봉사를 하는 비영리단체인 Team Rubicon과 함께 일하던 때였는데 당시 필리핀에 태풍 하이얀이 상륙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우리 팀은 급하게 지어진 간이 진료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부상입은 생존자로 넘쳐나고 있었다. 가장 부족했던 것은 마취제였다. 구호 노력을 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진료소의 마취제가 동이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절단 수술과 같은 심각한 경우에 사용하기 위해 진통제를 남겨두어야했기 때문에 약도 없이 뼈까지 드러난 깊은 상처를 닦아내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직도 이 날에 대한 악몽을 꾼다. 정부 당국의 의료용품 지원 실패로 태풍 하이얀은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이며 많은 환자들이 집중치료를 필요로 할 것이다. 우리는 다가올 사태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고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최대한의 것을 준비해야 한다.
다가올 사태에 대해 예상해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병원의 병상과 장비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가장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인공호흡기가 없어도 살 수는 가능성은 있지만, 있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세 아이의 어머니인가? 아니면 인공호흡기가 없다면 사망할 것이 분명한 노령의 환자인가? 의사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복잡한 식과 어려운 용어-질보정수명(QALY)-를 사용하는 냉정한 과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대로 남아있다. 검은색 밴드는 머지않아 살아있는 사람들의 손목에 채워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재빠르게 준비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의학전문가들의 주의를 귀기울여 듣는다면 말이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미국은 이탈리아에 기껏해야 몇 주 뒤쳐져 있는 상황일 것이다. 진단 키트를 사용하고 의학 장비들 비축해 놓는 병목현상도 존재한다. 가장 최근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병원에 62,000개의 인공호흡기를 비치하고 있다. 추가로 비상 장비들과 의약품들을 저장해놓는 SNS에는 10,000 정도의 인공호흡기가 준비되어 있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곧 필요하게 될 것이다.
Covid-19의 확산속도를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필수적인 전략이며 '모든 것을 중단'하는 것도 옳은 접근법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량 사망의 사태는 거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의 모든 전략적 대응책들이 당장 실행되어야 한다. 이는 SNS의 보유기기를 활용하여 연방진료소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National Guard and Medical Reserve Corps도 활용해야 하고 의료 관계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인공호흡기와 다른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원격의료와 화상 콜센터도 확대되어야한다. 보훈처도 재빨리 수백, 수천명의 환자를 수용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테스트 비용을 낮추어서 진단 검사를 받는 장벽을 없애야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액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인들의 사고방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증환자 분류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많은 확진 케이스들이 경미한 증상을 보일 것이지만, 스스로 증상을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아픈 가족들을 집에서 간호해달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해야한다. 치료도 증상의 정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끔찍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들의 판단에 좌절감을 표출해서는 안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만약 이 상황이 몇몇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상황처럼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부족한 것은 인공호흡기만이 아니라는 것. 그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검은색 손목 밴드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